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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6년, 성과와 오해(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November 26, 2014 - 기록 (세상의 기억), 정책 (법/제도)

로스쿨 6년, 성과와 오해(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665706.html

법조인 양성 제도의 근본 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가 6년째를 맞이한다. 로스쿨을 마치고 법조인이 된 인원은 4500명에 이른다. 사법시험은 합격자 수를 줄여가다 2017년에 마감한다. 과정이 급속한 만큼이나 파열음도 적지 않다. 거기엔 이해관계에 따른 침소봉대나 폄훼성 낙인찍기도 적지 않기에 좀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이해를 필요로 한다.

 

로스쿨 시스템 정착에 따른 현상적 변화를 보자. 우선 대학 학부 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엔 학생들이 전공을 막론하고 사법시험에 쏠려 다른 학부 교육이 파행하였다. 지금은 로스쿨에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전공을 열심히 한다. 대학 전체적으로 볼 때 전공 간 균형과 충실화에 기여했기에 대학 전체적으로는 로스쿨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스쿨 제도는 이른바 ‘고시 낭인’ 현상을 해소했다. 매년 3%의 합격생을 내기 위해 97%가 청춘의 에너지를 기약없이 쏟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전체 사회적 차원에서 인재의 소모를 훨씬 줄인 것이다.

사법시험과 달리 변호사시험은 합격 여부만 알려줄 뿐 석차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한번의 시험 성적으로 평생의 직종과 서열을 결정하던 시대를 벗어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개개 법조인은 평생 경쟁으로 고달프겠지만, 시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성의있는 법률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변호사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변호사가 시민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시대가 실제로 오고 있다. 시민들 처지에서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법조인이 특권적 위치에서 보통의 전문가로 자리매김되었다는 점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개천에서 용”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그런 벼락출세형·군림형의 신화는 먼 과거 일일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좋은 법조인은 법을 전공한 시민의 조력자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로스쿨을 둘러싼 낙인찍기 가운데 제일 심한 것이 “돈스쿨”이니 “귀족학교”니 하는 것이다. 물론 로스쿨을 마칠 때까지 상당한 등록금과 생활비가 든다. 그러나 전국 로스쿨에서 전액장학금의 비중은 어느 대학·대학원보다 높다. 실제로 학년당 3분의 1 이상이 전액장학금을 받고 있다. 로스쿨이 “귀족학교”라는 것은 실제와 거리가 한참 먼 이야기다. 종래의 연수원생과 로스쿨생 사이에 의미있는 경제격차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국의 로스쿨은 “신체적·경제적 취약계층” 중에서 우선선발을 한다. 올해만 해도 신입생 2000명 중 132명이 그런 특별전형으로 뽑혔다. 시각장애인, 보행장애인의 비중이 가장 높은 교육단위가 로스쿨이다. 탈북자들을 포함하여 가족적·개인적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재들을 우선 선발하고 있다. 이같이 로스쿨에서는 더 다양한 분야, 더 많은 학부 소속, 더 어려운 처지의 인재들을 선발하여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기하려 애쓰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생들은 더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로 채워질 것이다. 공학도들이 인문학도와 한 교실에서 토론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운다. 기업체와 금융권에서 온 학생과 사회복지, 시민단체, 언론에서 온 학생이 논쟁하면서 균형감각을 익혀간다. 이렇게 다방면의 전문지식과 문제현장이 법학에 연결된다. 새로운 유형의 법조인들은 송무 중심의 우물 안에 머무르지 않고 각 분야에 진출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전공과 어학 면에서 국제적으로 진출할 잠재력도 충분하다.

어려움이 있으면 과거로 돌아가고픈 유혹이 생기기도 하나, 그 해결책은 미래로 향해야 한다. 기성 법조인들은 새로운 법조인의 역량 향상을 돕는다는 전향적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로스쿨 쪽도 분발이 필요하다. 변호사시험 합격률 경쟁 같은 최저치 경쟁이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전문법조인 양성이라는 최고치의 경쟁을 위한 비전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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